분변이식

2018. 5. 12. 12:27 from Lab.

한 여성이 심각한 대장염으로 투병 중이었다. 항생제 내성을 가진 Clostridium difficile 감염으로 어떠한 항생제로도 치료가 안 되어  도저히 손 쓸 방법이 없었다. 연구자였던 이 여성의 남편은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이 병을 치료했고 눈문을 냈다. 바로 분변이식이다. 다시 말해 여성의 대장을 비운 후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여성의 대장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이 여성의 경우 남편의 분변을 사용했다. 다른 사람의 분변을 이식하는 것 보다는 남편의 분변이 그나마 받아들이기 쉬웠을 것이다. 

분변을 이식한다는 것은 미생물학적으로 장내에 환경을 완전히 바꾸는데 1차적인 목적이 있고, 이로 인해 항생제로 제어하지 못했던 Clostridium difficile에 대항하기 위해 또는 서식하지 못하게 하는데 2차적 목적이 있다. 또한, 건강한 장내 미생물 군집으로 탈바꿈하여 감염에 대한 면역기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 사회도 독재정권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황폐해지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단순한 원조나 특공대 투입을 넘어 국제기구가 개입하여 대규모의 물적지원과 더불어 인적 파병을 통해 상주하면서 기본적인 사회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과 같다. 

현재 분변이식은 이러한 난치성 대장염에 사용된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이미 시도 중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병원에서 시술되고 있다.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아직 의약품처럼 승인받은 시술은 아니다. 이유는, 그러면 어떤 분변을, 누구의 분변을 사용할 것이냐에 대한 기준과 표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한 가족의 분변을 사용한 경우가 많다. OpenBiome 비영리단체는 이를 해결해보고자 설립된 분변은행이다.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분변을 제공받아 다양한 검사를 통해 이식이 가능한 분변을 선별하는 곳이다. 검사가 다양하고 철저하여 모든 검사를 통과해서 승인받기란 매우 힘들다. 통이 대접받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분변이식 #장내미생물 #Clostridium #대장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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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Tube: Rob Knight: How our microbes make us who we are, 2015

위 그림은 인체 부위별로 장내 미생물 군집의 차이를 보여주며, 아이의 분변의 미생물 군집이 출산 후 첫째날에 엄마(여성)의 질내 미생물 환경과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분변의 미생물 군집과 비슷하게 되며, 약 800일이 지나면 성인의 장내 미생물 군집과 비슷해진다고 설명한다. 생후 2년은 되야 성인과 같은 수준의 장내 미생물 군집이 형성 또는 성숙된다고나 할까? 


무균 상태인 엄마의 자궁 속에서 엄마의 산도를 통해 출산 한 아이는 나오면서 질내 미생물들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아이의 장내로 유입된다. 엄마(여성)의 질내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Lactobacillus)이 많다질내의 유산균은 질내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실제로 이런 균형이 깨지면 즉 유산균이 줄어들면 다양한 질내 감염에 노출되어 산부인과 갈 일이 많아진다. 유산균은 유산(lactic acid, 그래서 유산균이다)을 만들며 질내 ph를 낮추어 병원균의 침을 막지만 유산균이 상대적으로 없으면 ph가 높아져 병원균이 침입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ph를 낮추기 위한 목적인 비타민C 질정도 있다. 수입품인데 현재 한국에는 없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은 폐경 이후 질내 환경이 바뀌면서 유산균이 줄어들고 다양한 질내 감염으로 부터 취약해 진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오픈 되어 있어 화장실에서 쉽게 감염될 수 있으며, 폐경 이후 든든한 방어군인 유산균 마저 없으면 산부인과를 밥 먹듯이 가는 사람이 많아진다. 위 언급된 유투브 발표자인 Rob Knight 박사는 자신의 아이가 재왕절개로 출산 하게 되자 인위적으로 아내의 질내 물질을 아이의 피부와 얼굴에 묻혀 자연분만의 효과를 갖도록 했다. 동영상에서는 자신의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본인이 그렇게 해서 건강한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 출산 후 아이의 장내 미생물 군집의 형성은 앞으로 아이의 면역체계 형성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자연분만으로 출산한 아이가 향후 아토피나 천식등의 질환의 유병률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보다 낮다는 연구보고가 많다. 


#질내미생물 #제왕절개 #자연분만 #아토피 #천식 #유산균 #장내미생물 #락토바실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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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형당뇨, 아토피, 천식, 대장염(크론병)

이 질병들의 공통점은 그 유병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가면역질환으로 설명되는 이 질병들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한다. 우리가 흔히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잘못된 표현이다. 병원균등 외부의 공격을 막아낼 여력이 없어질 때 '면역력이 떨어졌다' 표현이 맞고(물론 이 표현도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맞지 않다. 면역체계는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데 이 표현은 단지 감염에 국한된다), 이런 질병은 면역력이 외부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Bach JF. The effect of infections on susceptibility to autoimmune and allergic diseases. N Engl J Med. 2002 Sep 19;347(12):911-20.

 

그러면 이런 질병들은 왜 증가하는가?

과학자들은 결핵, 홍역, 기생충감염등등의 다양한 감염병이 감소한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물론 상관관계가 있다고 바로 원인과 결과로 볼 수는 없지만, 위생가설 (hygiene hypothesis)을 통해 이를 설명하고, 현재까지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근거들이 보고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환경의 다양한 미생물을 접해야 면역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가설이다. 즉, 현대에 위생이 좋아지면서 다양한 미생물(심지어 병원균도 포함)에 노출이 줄어들면서 면역체계가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흔히, 흙장난하고 놀아야 건강하다고 말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장내 다양한 미생물 군집이 형성되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다양하다고 다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다양성이 전제되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균들이 우세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사회도 다양성이 존재되어야 독재를 막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위생가설로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위생이 낙후된 지역에서도 이러한 질병들의 증가현상은 위생가설로 설명이 불충분하다.

이후, 오랜 친구들 가설(old friends hypothesis)이 이를 보충 한다. 면역체계는 태어나서 초기에 다양한 분화과정을 거쳐 형성되고 발전하는데 이 때 접하는 미생물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이미 성장 후 다양한 미생물을 접하는 것보다 초기 면역체계가 형성될 때 어떤 미생물과의 만남 기회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출산 후 영유아의 장내 미생물 군집의 차이가 몇 년이 지난 소아청소년기의 아토피나 천식등의 유병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이에 해당한다.

가설은 가설이기에 서두에 언급한 질병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보건 및 위생분야에서는 빠지지않고 등장하며, 많은 연구에 의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떤 가설이던지 다양성은 항상 중요시 되는 요인인 듯 싶다.

 

#위생가설 #오랜친구들가성 #다양성 #아토피 #천식 #감염 #면역력 #장내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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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의 중요성

2018. 4. 15. 11:22 from Lab.

최근 연일 황사와 미세먼지로 창문 열기가 꺼려지지만 미생물학적인 측면에서 환기는 실내 공기의 질을 위해 중요합니다. 공기 중에 미생물은 대부분 흙이나 나무등등 자연에서 오는데 외부의 공기가 들어오게 되면서 다양한 미생물이 실내로 유입됩니다. 다양한 미생물 환경이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생각해 볼 때, 공기청청기에 의존하는 공기는 그 다양성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잠재적 병원성 균의 비율이 높아집니다. 즉, 감염병에 걸릴 기회와 확률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환기를 하면 외부 공기가 유입되면서 다양한 미생물이 함께 들어오고 실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높이면서 잠재적 병원균의 비율은 낮춰줍니다. 

외부의 공기 질이 안 좋을 때 이를 잘 차단하여 실내 공기 질을 높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내 공기를 외부와 잘 순환시키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공기청정기에 의존하게 되는 현실이지만 공기 질이 좋은 날에는 적극적으로 환기를 하는 것이 다양한 감염으로 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환기 #실내공기 # 감염병 #공기청정기 #다양성 #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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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 장내미생물 & 당뇨

2018. 4. 14. 09:47 from Lab.

근거1. 제 2형 당뇨의 1차 약물 치료제인 metformin을 복용하면 장내미생물 중 Akkermansia muciniphila (AK라고 부르겠음) 균이 유의하게 늘어난다. 더 나아가 AK 가 늘어남으로써 혈당 조절 능력이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근거2. 추운 곳 (주로 북유럽)에서 당뇨 유병률이 높다. 진화론적으로, 추위에 견디고 살아남기 위해서 당을 높이는 메커니즘이 진화되었다고 말한다. 숲개구리는 추운 환경에서 몸을 얼렸다가 날이 풀리면 다시 살아나는데 얼어있는 동안 당이 현저히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아이스와인은 수확시기를 지난 서리맞은 포도로 만드는데 그 당도가 일반 와인보다 3-4배 높다.

 

근거3. 인위적으로 추운 환경을 만들면 AK 균이 감소한다. 체온조절을 포함한 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혈당을 조절한다고 알려진 AK, 살기위해 혈당을 높이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AK.

온도&혈당&AK와의 재미있는 연결고리.


#메트포르민 #장내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 #마이크로바이오타 #akkermansia #당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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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군집 이야기 1

2018. 4. 14. 01:00 from Lab.

미생물 군집 (마이크로바이오타: microbiota) 또는 그 유전자 (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은 우리 몸의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미생물들의 커뮤니티이다. 약 1000종 이상의 균주가 장에 터를 잡고 있으며, 그 수는 몸의 세포보다 많으며, 당신이 오늘 아침에 본 분변 중 수분을 제외하면 1/3 이상이 미생물의 무게이다. 장(gut)의 면적은 피부 면적의 40배에 달하며, 우리 몸의 약 2/3에 이상의 면역세포를 포함하고 있다. 미생물은 이러한 장(gut)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어 장내 마이크로바이오타 연구가 가장 활발하며 다양한 건강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론 질내, 구강, 피부등에도 미생물은 존재하고 중요하다.) 그 중요성 때문에 심지어 오장육부처럼 하나의 기관(organ)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 연구자도 있고, 제2의 유전자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오타는 유전적 요인이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으로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사람을 간단하게 위 아래로 구멍이 뚫린 원기둥으로 생각해보자. 그 구멍이 우리의 소화기관이고 미생물들이 그 표면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미생물들이 표면을 통해 원기둥 안으로 들어가버리면 즉 사람 몸에 침투하게 되면 패혈증 같은 심각한 상태가 된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오타는 그 표면에서 인간과 다양한 신호전달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도 다양한 성격을 가지며 이해관계에 따라 집단을 형성하기도 하고, 그 집단이 커지면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 하기도 하고, 집단 간에 싸우기도 하고, 서로 견제 하기도 하는 등등 다양한 사회현상을 만들고, 그 사회 또는 국가를 병들었다, 건전하다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오타는 음식, 약물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화하고 이러한 변화가 인간에게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 유산균을 열심히 챙겨먹는 목적도 그 유산균이 우리 사회를 좀먹는 쥐새끼 (연구를 위해 희생되는 연구용 쥐에게는 미안하지만) 같은 놈들을 대적할 수 있는 슈퍼히어로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이크로바이옴 #마이크로바이오타 #유산균 #환경적인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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