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심각한 대장염으로 투병 중이었다. 항생제 내성을 가진 Clostridium difficile 감염으로 어떠한 항생제로도 치료가 안 되어 도저히 손 쓸 방법이 없었다. 연구자였던 이 여성의 남편은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이 병을 치료했고 눈문을 냈다. 바로 분변이식이다. 다시 말해 여성의 대장을 비운 후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여성의 대장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이 여성의 경우 남편의 분변을 사용했다. 다른 사람의 분변을 이식하는 것 보다는 남편의 분변이 그나마 받아들이기 쉬웠을 것이다.
분변을 이식한다는 것은 미생물학적으로 장내에 환경을 완전히 바꾸는데 1차적인 목적이 있고, 이로 인해 항생제로 제어하지 못했던 Clostridium difficile에 대항하기 위해 또는 서식하지 못하게 하는데 2차적 목적이 있다. 또한, 건강한 장내 미생물 군집으로 탈바꿈하여 감염에 대한 면역기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 사회도 독재정권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황폐해지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단순한 원조나 특공대 투입을 넘어 국제기구가 개입하여 대규모의 물적지원과 더불어 인적 파병을 통해 상주하면서 기본적인 사회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과 같다.
현재 분변이식은 이러한 난치성 대장염에 사용된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이미 시도 중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병원에서 시술되고 있다.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아직 의약품처럼 승인받은 시술은 아니다. 이유는, 그러면 어떤 분변을, 누구의 분변을 사용할 것이냐에 대한 기준과 표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한 가족의 분변을 사용한 경우가 많다. OpenBiome 비영리단체는 이를 해결해보고자 설립된 분변은행이다.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분변을 제공받아 다양한 검사를 통해 이식이 가능한 분변을 선별하는 곳이다. 검사가 다양하고 철저하여 모든 검사를 통과해서 승인받기란 매우 힘들다. 통이 대접받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분변이식 #장내미생물 #Clostridium #대장염
'Lab.'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험과 위험 (0) | 2018.05.19 |
---|---|
약물과 장내미생물 (0) | 2018.05.18 |
출생 후 장내 미생물 군집의 변화 (0) | 2018.04.21 |
위생가설 & 오랜 친구들 가설 (0) | 2018.04.21 |
환기의 중요성 (0) | 2018.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