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가는 날

2018. 4. 22. 23:02 from diary

미용실에 가는 날은 나에게 짧은 시간 한 달에 한번 정도 오는 힐링타임이다. 머리를 만져주는 디자이너의 손길과 경쾌한 가위소리, 잘려나가는 순간 느껴지는 시원함, 마지막 왁스로 스타일링까지 끝내면 기분이 끝내준다. 셀카 한 장 안찍을 수 없다. 그냥 집에 들어가야 하는 날에는 왠지 아쉽다. 하지만, 최고의 순간은 머리를 감겨주는 시간이다. 우등버스 좌석같은 의자에 앉으면 나도 모르게 두손을 가볍고 공손하게 배꼽 위로 포개놓는다. 어릴 때는 자세가 어색하여 다리도 포갰지만 지금은 그냥 편하게 쭉 뻗고 당당히 눕는다. 목이 긴편이라 누우면 목이 완전 젖혀진다. 가끔 너무 젖혀져서 약간 당황하는 직원들도 있다. 이렇게 되면 완전 무방비상태가 된다. 이 상태가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적응이 되면,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고 극도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실력있는 직원이라도 걸리면 두피 마사지로 모든 피로를 날려 보낼 수 있다. 5분도 채 안 되는 그 시간 너무 좋아 비슷한 의자를 하나 구해 볼까 생각해 본적도 있다. 예전에는 옆에서 두피마사지를 받고 있던 외국인은 너무 좋았던지 돈을 더 낼터이니 마사지를 추가로 해달라고 요청해서 직원이 당황한 걸 목격한 적이 있다. 옆에서 '한국 서비스가 이정도야 실컷 즐기고 가라' 하고 씩 웃은 기억도 있다.  

지금 살고있는 동네로 이사와서 맘에 드는 미용실을 고르느라 집 주변에 10군데도 더 돌아다녔다. 물론 거의 1년 만에 지금의 디자이너를 찾았고 한번 이직을 했지만 근거리로 이동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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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M아이언맨 :